최근 광복 81주년을 맞이하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친일파 스캐너'라는 서비스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씨와 본관을 입력하면, 해당 본관을 가진 인물 중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명단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된 인물을 대조해 보여주는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주목받게 된 계기는 한 연예인의 가족사 논란이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재조명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 '우리 집안은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확산한 것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측은 안상호가 친일인명사전 등재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이토 히로부미 추모 행사 참여 등 친일 행적 자체는 확인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개인 개발자가 국가 공인 공개 기록을 바탕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공적 정보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명단(1,006명), 그리고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등을 기초 자료로 삼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본관을 입력하면 해당 본관에 속한 인물들의 기록을 보여주는 방식인데, 이는 보학(譜學)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과 맞물려 하나의 '검색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서비스 운영자들 역시 강조하듯, 같은 본관이라고 해서 반드시 직계 혈연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본관에는 수십만 명 이상의 구성원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결과를 '집안 성적표'처럼 받아들이거나, 조상의 행적을 후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헌법상 연좌제 금지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친일인명사전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와 편찬위원회가 8년에 걸친 방대한 조사 끝에 발간한 결과물입니다. 당시 국회 예산 삭감이라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완성된 만큼, 우리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특정 인물을 '친일파'로 단정 짓는 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역사학자들은 단순히 명단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당시의 활동 내용과 참여 정도, 시대적 맥락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결국 '친일파 스캐너'는 우리에게 과거의 기록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조상의 행적을 확인하는 것은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되어야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낙인찍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역시 친일인명사전 미등재가 곧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후손 개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기록의 가치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추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를 위한 교훈을 주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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